“신의 직장 입성 비결? 아줌마 정신 덕분이죠”

정책금융공사 제공

“‘신이 내린 직장’에 입성한 비결요? 남북한 공통의 아줌마 정신 덕분이죠. 회계학원을 다닐 때도, 회사에서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창피해하지 않고 큰 소리로 물어본 것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김영희 정책금융공사 조사연구실 수석연구원(46·사진)의 말이다. 2002년 8월 북한을 탈출한 그녀는 탈북 4년 6개월 만인 2007년 2월 한국 젊은이들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산업은행에 입행했다. 2010년 9월 정책금융공사가 산업은행에서 분리되면서 현재 정책금융공사 조사연구실에서 북한 동향 분석, 북한 경제 연구, 남북 경제협력 등에 관한 자료 조사 및 보고서 발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많은 탈북자가 한국 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대부분 블루칼라 직종에서 근무하는 걸 감안할 때 한국 사회에서 빠르게 정착한 것이다.

김 연구원은 북한 원산경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탈북 직전까지 회계 업무를 담당하며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했다. 괜찮은 이력을 지녔다고 생각했지만 한국에서 직장을 잡는 일은 여간 어렵지 않았다. 2003년 초 그녀는 북한에서의 전공을 살려 취업하겠다는 마음에 한 고용지원센터를 찾았다. 회계학원에 등록하고 싶다는 그녀에게 해당 센터의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학원비나 얻어가겠다는 심보인가요? 아줌마가 회계는 무슨….”

그녀는 남한에 있는 대학의 졸업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김 연구원은 2004년 3월 경남대 북한대학원에 진학했다. 냉대를 받았던 기억을 떨치고 회계학원에도 등록했다. 학원 수업은 오후 3시에 끝났지만 새벽 2시까지 교재와 씨름했다.

“수업이 끝나면 같이 수업을 들은 20대 아가씨를 거의 매일 집으로 데려와 수업 시간에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 잘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을 물어봤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학원 강사들에게도 걸핏하면 전화를 걸었고요. 한번은 한 강사가 ‘우리는 시간이 돈인 사람들인데 그만 좀 물어보라’고 농담조로 얘기하더군요. ‘그럼 다른 수업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 테니 집으로 찾아가서 물어봐도 되느냐’고 대꾸했어요.” 이런 열성 덕에 그녀는 전산회계, 세무회계, 관리회계 등 3과목의 시험을 모두 한 번에 통과했다. 2006년 2월 대학원도 무사히 졸업했다.

2007년 산업은행은 북한 연구를 담당할 직원을 특별 채용했다. 그녀는 지인의 연락으로 얼떨결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갔다. “왜 사람들이 산업은행을 ‘신이 내린 직장’이라며 부러워하는지 몰랐어요. 건물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 싶었죠.” 당시 같이 응시한 47명의 지원자 중 석사 학위 소지자는 그녀가 유일했다. 그 덕에 남한 사람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산업은행 직원이 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일은 쉽지 않았다. 업무 자체보다도 정보기술(IT) 기기를 다루는 일이 특히 힘들었다. 팩스 1장 보내는 것도, 간단한 문서 1장을 워드로 작업하는 일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창피하고 부끄러웠지만 모르는 게 있으면 하루에 열 번이고 되풀이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저는 나이도 많고, 더구나 한국에 온 지 몇 년밖에 안 됐으니 워드나 엑셀 프로그램을 다루는 게 서툴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죠.” 대학생 인턴들도 팩스를 잘 다루지 못해 쩔쩔매는 것을 보면서 그녀의 자신감도 커졌다.

김 연구원은 탈북자들의 정착을 도와주는 여러 강연회 및 세미나의 단골 연사다. 그녀는 후배 탈북자에게 일상생활을 할 때도, 구직 인터뷰를 할 때도 항상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 이력을 말하면서 ‘남한 여자가 46년 만에 할 일을 북한 여자는 3년 만에 했다. 우리가 더 똑똑한 거 아니냐. 당신도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적극 홍보하라’고 주문해요.”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출처 :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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